• 20대의 끝, 나의 30대의 시작은 성공적이었을까? #2 도전

    2024. 7. 3. 11:08

    by. 위지원

    최대한 간략하게 작성하려 하나 도전에선 겪은 게 너무 많다 보니 글이 조금은 길어질 수 있을 것 같다.

    1년 동안 나는 총 3번의 도전을 했다. 

    이전에 작성한 대회도 어찌 보면 도전이긴 하다만, 대회의 압도적으로 즐거운 분위기를 즐기러 가는 부분도 있기에 조금 다르다.

    3번의 도전은 모두 국토종주였다. 두 번은 걸어서, 한 번은 자전거로 진행했다.

    작년 10월, 2박 3일, 약 80km, 19시간, 12만 보. 첫 번째 도전은 강변에서 가평까지 걸어가는 일정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인터넷 서칭을 하다가 어느 여성분이 100km를 걸어서 갔다. 라는 글을 보고 이거다! 하고 준비를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오래 걷는 일정인 터라 무릎보호대 같은 장비를 꽤 비싼 걸(내 기준에선) 구매해서 착용하고 진행했다. 장비 탓인지 그냥 거리가 짧았던 탓인지 마지막 날 30km를 걷는 일정을 빼고는 모두 괜찮았다.

    다만, 화장실이 중간중간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 자라섬이라는 문구를 보고 환호했고, 기념 사진을 찍고 다리가 풀리며 곧바로 택시를 불렀던 재미난 경험이었다. (코스를 가평역에서 끝낼걸!)

    정말 크게 안 힘들었나보다,, 마지막에 기념사진 찍을 정신까지 있던 거 보면 ㅎ.ㅎ


    올해 5월 초, 4박 5일, 약 130km, 50시간, 25만 보. 두 번쨰 도전은 군산에서 대전까지 걸어가는 일정이었다. 작년 80km를 무리 없이 완주했고 그 여성분이 진행했던 100km를 걸어보고 싶었다. 남들은 자전거로 수 시간 내에 완주하는 금강을 뚜벅이로 걸어갔다.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하고 진행했다. 중간에 우천 소식도 있었기에 이를 대비할 물건도 준비했다. 훗날 이 대비는 하나도 쓸모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간략하게 작성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대표적인 일만 말해보자면 '더위','우천'을 꼽을 수 있겠다.

    진짜 너무 더웠다. 금강 코스는 정말 미친 코스였다. 강변-가평 코스는 다양했고, 사람도 많고 비유하자면 해외여행 가면 오래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금강 코스는 아니었다. 자전거를 타고가면 금방 끝날 길이었지만 걸어서 가니까 죽을 맛이었다. 그냥 땡볕 아래서 아스팔트 위를 2시간이고 3시간이고 걸어가야 했다. 

    운동할 때도 FINISH가 보이거나 내가 해야 하는 개수가 몇 개인지를 알면 더 지치는 경향이 있다. 이 코스가 그랬다. "나 저기까지 가야 해?" 끝을 알고 몇시간을 걸어가야했다. 더군다나 쉼터도 굉장히 적었다. 그래서 그 긴 코스에서도 더워도, 힘들어도 그냥 참고 계속 걸어가야 했다.

    진짜 비가 너무 많이 왔다. 뉴스에서는 호우주의보라고까지 말했던 어린이날을 끼고 진행한 일정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우천에 대비를 했으나, 슈커버는 작아서 버렸고 우비는 가방이 젖는 것이 우선이라 가방에 양보해야 했다. 

    당연히 비에 쫄딱 젖은 생쥐 꼴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날 숙소 근처엔 그 흔한 편의점도 없어 저녁을 굶어야 했다. 그런데, 숙소에서 나에게 라면을 무료로 제공해 주시고, 무료 룸 업그레이드에 다음 날 힘내라며 얼음물까지 챙겨 주셨다. 이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따뜻한 경험이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T.T

    결과적으로, 이번 종주에서 느낀 점이 있는데 생각보다 내가 겁이 많았다는 것이다. 발가락 양말, 컴포즈양말, 무릎 테이프, 보호대 등 많은걸 준비했었는데 삼일째부턴 소용이 없다고 느껴서(껴도 아프니까 ㅠㅠ) 그냥 착용을 안 했다. 근데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 

    나..생각보다 더 튼튼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촤하핫^*^

    판초우의라는걸 처음 써봤는데 나름 쓸만했다. 저 우산모자는 아주 굿 아이템이었고 없었다면 완주하지 못 했을 것 같다. 발에는 염증인지 빨간 독같은것들이 올라왔었다..ㅠㅠ


    마지막 도전은 따릉이로 북한강 종주하기였다. 더 정확하게는 '춘천까지 따릉이 타고 가서 닭갈비 먹기'였다.
    따릉이가 최동쪽에 위치한 하남 쪽에서 따릉이를 빌려 춘천역까지 타고 가서 닭갈비를 먹고 열차에 자전거를 싣고 복귀했다. 추가 요금은 약 3만 원, 92km, 9시간이 걸렸었다. 

    사실 평소에도 자전거는 자주 타기도 하고해서 자전거 타는 것 자체가 힘든게 아니었다. 비가 엄첨 많이 왔다. 하.. 분명 뉴스에서는 1~3mm 정도만 온다고 했다. 그래서 "그래 더운 것보단 낫지 이슬비 정도야 뭐~" 라고 오판을 했고, 그 결과는 나의 어리석음을 고스란히 증명해 주었다. 비는 그치질 않았다. 내 판단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점점 더 굵어지고 비바람까지 불었다. 

    비가 많이 오고 있을 때는 이미 70km나 온 시점이라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손이 뿔고 온몸이 젖어 추웠다. 그렇게 도착한 춘천역에서 맛본 닭갈비는 30년 평생 가장 힘들고 비싸게 느껴졌던 닭갈비였다.

    세계최고 맛 닭갈비.. 재미난건 이 코스가 작년 10월에 걸어서 종주했던 곳이라는 점!


    난 이 3번의 도전 덕택에 마인드 셋을 위한 문장을 하나 얻게 되었다. '모든 일은 끝이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길고 길었던 걷기 종주도, 빗속을 뚫고 힘겹게 밟은 페달도 결국 끝을 보더라.라고 나 스스로를 토닥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