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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이 벌써 절반이 흘렀다. 올해는 내 30대가 시작된 해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30대를 성공적으로 시작했는가? 에 대한 나의 답변.
지난 1년은 20대의 끝과 30대의 시작, 또 나에게 인생 전환점이었다. 그간의 일들을 짤막하게나마 내 지난 7년이 묻어있는 이곳에 그 기록하고 싶다."나 취미가 뭐지?"
취미를 찾기 위해 심리상담을 받았던 적도 있다. 회사 일 빼고는 모든 일에 의욕적이지 못했다. 재미가 없었다. 흥미롭지 않았으며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고3, 수시에 합격했고 그 후로 경제적 독립을 했다. 그래서 2012년 하반기부턴 알바를 했고, 대학원생 졸업할 때까지 알바를 했다. 그래서 취미란걸 탐구할 시간도 없었다. 회사에 취직한 뒤 조금 여유가 생긴 나는 취미가 다시 가지고 싶어졌다. 그렇게 시작한 게 운동이었다.
운동 정보를 얻고자 운동 관련 모임을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나는 어떠한 에너지를 얻게 되었다. 모두가 열정적인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분들이 많구나.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첫 번째 취미로 '운동'을 가지게 되었다. 운동으로 살도 약 20kg 가까이 감량했고 삶의 활기도 얻었다.
운동 모임에 있는 사람들이 공유해주는 정보를 가지고 크고 작은 대회를 신청했다. 그렇게 해서 나갔던 첫 번째 대회는 2023년 8월 한강 나이트워크 15km였다. 살면서 내가 이런 거리를 걸어본 적이 있던가? 4시간가량 걸렸던 거 같다. 한강을 따라 쭉 걸었고 사람들도 많아서 재밌었다. 걸어서 구경하는 걸 좋아했던 터라 크게 힘들진 않았다.
끝나고 첫차가 운행하기 전이라 시간을 보내기 위해 국밥집에 들어갔고 열차가 운행하기 시작해서 열차를 타고 집을 갔다.
"어머님 여기 어디예요?!" 눈을 떠보니 어머님이 기차를 청소하고 계셨고 나는 화들짝 놀랐다. 종점이었다. 밤새 걷고 술을 먹었으니 당연히 그럴 만도 했다. 집에 가는데 한참 걸렸다. 😥
살면서 대회로 메달을 얻어본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기분이 엄청 좋고 오랜만에 무언갈 해냈다는 성취감이 생겼다. 돌이켜보니 나는 일에서만 성취감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일이 아닌 다른 데에서 성취감을 얻은 경험이 나에겐 폭풍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10월에 또 걷기대회를 나갔다. 이번에는 난이도를 조금 높여 20km를 나갔다. 이번에는 목표를 정하고 진행했다. 기록을 세우고 싶어서 이번엔 페이스도 좀 올렸었다. 4시간 안에 끝내기. 생각보다 수월하게 완료했다.
나는 이 일로 한동안 병원에 다녀야했다. 사실 이런 대회들을 나가면서 병원비만 백 단위를 쓴 거 같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잘 되어있음에 감사함을 한 번 더느끼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안 그랬으면 난 이미 파산했을 것이다.
그리고 올해 5월 맥도날드에서 주최하는 기부워킹페스티벌에 참석했다. 가족 행사다 보니 4km로 아주 작은 거리였다. 하지만,이 일로 기부도 되고, 이러한 대회에 애기들을 데려와 참석하는 부모님들을 보고, 나도 꼭 아기 낳아서 대회 데리고 다녀야겠다. 라는 생각도 했다. 아기들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후원사들이 다 식품회사들이었는데, 그래서 완주 기념으로 주신 스낵들이 엄첨났던 대회였다. 너무 많아서 배부를 정도였으니 말 다 한 거 아닌가?!
'마라톤'
와, 내가 살면서 마라톤을 뛸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학창 시절 운동하셨던 부모님 DNA 덕택에 나름대로 운동을 잘했다. 그러나 달리기는 아니었다. 육상부였던 엄마는 맨날 학교에서 측정한 기록을 보고 기어다녔냐고 할 정도였다.
FUN RUN이다. 부담가지지 않아도 된다. 라는 말에 처음 신청했던 건 Style Run이라는 대회였다. 2023년 10월에 진행했던 이 대회는 정말 재밌었다. 다양한 코스튬을 한 분들도 있었고, 유모차를 끌고 아이를 업고 뛰는 슈퍼우먼, 슈퍼맨도 계셨다. 그리고 대회를 응원해 주고 분위기를 업 시켜주는 응원단들도 있었고, 코스의 안전을 위해 지켜주시는 경찰, 구급대원분들 그리고 러너들을 위해 중간중간 Health라는 글자를 달고 뛰는 분들도 계셨다.
걷기대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얻었다. 걷기대회는 잔잔했다면 마라톤은 정말 격정적이었다. 당연히 기록은 좋지 않았다. 나는 정말 못 뛰기 때문이다. FINISH 글자를 봤을 때는 진짜 더 힘들어졌다. 왜일까? 마지막이란 생각에 더 신나서 힘이 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끝내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사실 이 대회를 위해서 연습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해야지 하고 하다가 미루다 보니 대회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7km를 전혀 걷지 않은 나에게 조금 놀랐다. 나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라는 걸 느끼게 해준 대회였다.
그리고, 대망의 11월 JTBC 10km가 다가왔다. 신청을 한 3,4 월쯤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벌써 그날이 되었다. 심지어 이날은 비가 왔다. 그리고 코스가 업힐 지옥이었다. 업힐이 나타나면 바로 심박수가 190이 넘었다. 그래서 대회하는 동안 심박수는 거의 계속 180-190 언저리었다. "걸으면 안 돼, 걸으면 안 돼"만 반복하면서 그저 살살이라도 뛰자는 마음으로 뛰었다.
착. 착. 착. 비 때문에 신발이 젖어서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도 더운 것보단 나은 거 아닐까? 라고 나를 위로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FINISH, 진짜 눈물이 났다. 비가 워낙 와서 빗물인지 눈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글자를 보니 울컥했다. 비록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10km를 걷지 않고 뛴 나 자신에게 폭풍 감동을 하며 지하철역에서 오뎅 국물로 몸을 녹였다.
올 초에는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작업으로 계속 밤을 새우고 너무 바빠 대회는 나가지 못했다. 그렇게 업무로 인해 잠시 쉬고, 올해 4월 프로젝트 철수 날짜에 맞춰 부산 기부 레이스를 참가했다.
이 대회는 벤츠에서 개최하는 대회로 이번 대회로 10억이 기부되었다고 한다. 기부도 하고 마라톤도 나가니 일석 이조! 기분도 두 배로 좋았다. 근데 이번엔 좀 억울했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나름대로 연습을 많이 했다. 페이스 조절해서 뛰는 연습도 했고 거리도 다양하게 뛰며 연습했다. 근데 코스가 광안대교를 지나가는 코스다 보니 업힐이 미쳤었다. 나는 결국 중간에 걸었고 지난번보다 기록도 더 안 좋아졌다. 그래도 광안대교를 가로지르며 뛰는 경험은 엄첨났다. 이쁘기도 하고 기분도 좋았다.
4월 20일 스카이런 대회를 나갔다. 롯데타워 123층을 걸어서 올라가는 대회였다. 나는 계단을 정말 혐오한다. 왜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라는 최고의 기술을 놔두고 계단을 올라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 그랬던 내가 이 대회를 나갈 줄이야 ..
대회 시작 전 줄이 엄첨 길게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는 대회다 보니 안정상의 이유 같았다. 비가 내렸고, 비를 맞으며 계단에 들어가길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내 순서가 왔다. 역시나 심장은 쿵쿵쿵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멈추면 그대로 끝날 것 같았다. 그래서 쉬지 않고 천천히 올랐다. 그렇게 나는 평생 오를 계단을 한 번에 다 걸어 올라갔다. 1등 하신 분들은 20분 내외로 끝내던데 뛰어 올라가시는 걸까? 정말 대단한 분들인 것 같다. 계단을 오르는 건 힘들었지만 그래도 정말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6월 15일
나,,, 정말 나 스스로 너무 대견하다.
러닝도 모자라 산에서 뛰겠다! 라고, 다짐하게 되다니 그렇게 나는 첫 트레일 러닝 대회를 나가게 되었다.
"운탄고도" 강원도 정선 하이원 리조트 뒤쪽에 있는 산을 뛰는 코스였다. 첫 대회이기 때문에 내가 신청한 코스는 가장 짧은 코스인 12km 코스였다.
이 날 비가 정말 많이 왔다. 천둥번개도 쳤다. (나는 큰소리에 공포심이 커서 천둥소리에 많이 놀란다)
중간중간 비가 안 올 때는 "어? 차라리 비가 오는 게 나을지도..." 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후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가 내렸을 때는 정말 울고 싶었다.
"대체 나는 왜 항상 이렇게 일이 어렵게 진행되는 거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뛰고 걷고를 반복했다.
길이 너무 미끄럽고, 무서웠다. 그래도 산을 뛰어다니는 일은 생각보다 흥미롭고 재밌었다. 한때 무릎 보호대 없이는 생활할 수 없던 내가 보호대 하나 없이 산을 뛰어다니다니! 정말 신이 났다. 오래는 못 뛰었지만 뛸 수 있을 때는 최대한 멀리 빠르게 뛰어보았다.
그렇게 뛰다 보니 산에서 내려왔고, 대회 진행자분들의 마이크 소리가 가까워졌다.
FINISH!
대회를 나갈 때마다 항상 즐거웠던 단어가 나를 맞이했고 나는 더욱더 빠르게 골인 지점으로 달려갔다.
아직 하반기에도 대회가 많이 남아있다.
대회는 생각보다 비싸다. 적게는 5만 원 비싸게는 10만 원이고, 또 지역이 멀 때는 교통비 숙박비, 그리고 장비 구매 비용등 꽤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나는 내 취미 중 하나에 대회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나갈 때마다 점점 생기는 "완주 못 하면 어때, 일단 해보지 뭐!"라는 마인드는 내 삶을 많이 바꾸어놨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 많은 대회를 접하고 싶다.'✎ 2024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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